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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음향 효과 제작 이야기

질소 폭탄과 불덩어리… 대체 어디에 쓰는 거죠?

글쓴이: bananaband1t

블리츠크랭크의 그랩이나 클레드의 궁극기 소리가 들리면 플레이어는 바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운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식별하기 쉬운 사운드는 챔피언이 사용하는 스킬의 사운드입니다. 이 사운드는 주로 게임플레이 방식을 표현하지만 챔피언만의 독특한 테마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조이가 녹턴 같은 궁극기를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조이에게 어둡고 위협적인 소리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그 궁극기 소리는 밝으면서도 동시에 위협적인 소리가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챔피언의 사운드 제작은 게임플레이의 명확성과 캐릭터 테마 간에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 나가는 작업입니다.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작업 방식은 없고, 수중에서 폭탄 터뜨리기에서부터 수박 부수기까지 다양한 녹음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운드의 기본 요소 만들기

아티스트가 챔피언의 외형을 연구하기 위해 컨셉 아트를 만들듯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운드 팔레트를 만들어 챔피언의 사운드를 연구합니다. Brandon “Riot Sound Bear” Reader 는 챔피언 사운드 팔레트는 기본 요소를 모은 것이며 스킬에 쓸만한 사운드를 한 데 모은 다음 나중에 더 확장하고 조각들을 합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첫 단계 - 챔피언 사운드 디자인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기

언제나 디자이너들이 아무런 밑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사운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라이엇 사내 사운드 라이브러리는 온갖 잡다한 디지털 음향 사운드를 보유하고 있죠. 특히 같은 지역 출신의 챔피언 제작 시 만들었던 사운드를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사운드의 용도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죠. 룬테라의 각 지역은 사운드 측면에서 고유한 특색의 소리 언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필트오버 챔피언은 깔끔하고 정확한 마법공학스러운 소리를 지니고 있는 반면 자운 챔피언은 단편적이고 짜깁기한 듯한 소리를 지니고 있죠. Brad “Riot Eno” Beaumont 는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모든 챔피언이 다 같은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의 특성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주문과 스킬 또한 사운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절과 속박 스킬은 처음에 세게 때리는 소리가 나고 그 소리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황금색 카드나 모르가나의 어둠의 속박이 좋은 예시입니다. 게임플레이 명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보호막, 치유, 공중에 뜸, 무적 등 메커니즘이 같은 스킬은 대부분 사운드 측면에서 특징이 동일합니다. 팀 전투, 심지어 게임의 결과가 찰나의 반응 시간에 의해 결정될 때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들잡이 덫을 보지는 못했어도 소리를 듣고 요들잡이 덫을 밟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챔피언 리메이크 시에는 원래 스킬에 사용된 사운드의 유형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Matteo “ChefSpecial86” Stronati는 “다른 팀원들이 기존 챔피언의 대표적인 외형이나 게임플레이 요소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저희는 챔피언의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대표적 요소에 대해 생각합니다. 익숙하면서도 더 개선된 사운드를 만들어내려고 하는데, 쉬운 작업은 아니죠”라고 말합니다. 기존 음향 효과를 그대로 새로운 사운드 팔레트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지만, 기존 효과가 영감을 주거나 새로운 사운드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습니다.

컨셉에 생명 불어넣기

사운드 디자이너가 꽤 만족스러운 사운드 팔레트를 완성하면 다른 팀원과 팔레트를 공유합니다. 이 시점에서 팔레트는 최종 버전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입니다. Riot Sound Bear는 카이사를 작업할 때는 첫 사운드 팔레트에 두 가지 방식을 시험했으며, 유기적이고 깊은 소리가 고음의 공상과학적인 소리보다 카이사의 캐릭터에 더 잘 맞는다는 팀 의견을 고려해 그 방향에 더 중점을 두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사운드 팔레트 자체를 공유하는 대신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사운드를 이용해 오디오 스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Riot Sound Bear 는 작업물을 공유함으로써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고 팀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를 통해 지면상의 컨셉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죠. 아래는 파이크의 오디오 스토리입니다. 빌지워터의 한 주점에서 나오는 불쌍한 한 남자를 파이크가 공격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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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덩어리, 새총, 질소 폭탄

이제 재미있는 작업을 할 차례입니다. 폴리 작업실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녹음하는 작업(‘폴리 작업’)입니다. 하지만 먼저 배경부터 짧게 설명해 드리죠. 폴리 작업은 영화 업계에서 처음 선보였는데요, 음향 효과 아티스트들이 세트에서 녹음한 음향을 재현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영상을 보면서 음향 효과 작업을 하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영화 초창기 시절 음향 효과 아티스트였던 ‘잭 폴리’에서 이름을 따왔죠.) 액션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다른 인물을 때릴 때 나는 소리가 바로 폴리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영화 용도가 아니라는 것만 제외하고는 리그 오브 레전드 사운드 디자이너들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등장인물이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에 폴리 작업실에서는 불덩어리와 채찍에서부터 쓰레기통, 공포스러운 소리가 나는 마야 호루라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소품으로 녹음이 이루어집니다. Isaac “Audio Ninja” Kikawa 는 모든 챔피언의 사운드는 챔피언 고유의 폴리 작업실 소품 조합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이렐리아 사운드를 녹음할 때에는 라이엇의 폴리 스튜디오에서 검과 칼날을 서로 부딪쳐 (영상 5분 28초부터) 소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라이엇의 폴리 스튜디오는 음향 처리된 작업실로서, 이곳의 물품 보관소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9년 역사에 걸쳐 축적된 기괴한 물품들이 가득합니다.

폴리 작업실 보관소

챔피언이 필요로 하는 유형의 사운드를 만들어내기에는 폴리 작업실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때는 폴리 작업실 밖에서 녹음하는 것도 좋습니다. 파이크 작업 시 팀원들은 수영장에서 오후를 보내며 물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드라이아이스 폭탄을 터뜨리며 녹음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사운드 디자이너인 Bryan “Ampson” Higas는 드라이아이스 폭탄을 터뜨릴 땐 집이 통째로 흔들렸다고 회상합니다.

더 디지털적인 방식으로 녹음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Riot Sound Bear가 신시사이저로 카이사의 스킬에 사용할 레이저 느낌의 사운드를 실험했던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식과 관계없이 폴리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입니다. Riot Sound Bear 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일단 뭐라도 해 볼 때도 있어요. 괜찮은 결과물 중에 운 좋게 우연히 얻게 된 것이 많아요”라고 말합니다. 자야 녹음 당시 팀은 여러 가지의 작은 물체를 새총으로 발사해 날아가는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쏠 물건이 바닥나자 보관소를 뒤졌죠. Ampson 은 “Audio Ninja가 ‘탄피를 하나 찾았는데 이걸로 해볼까?’라고 물었어요. 그 결과 자야 깃털 던지기의 핵심 사운드가 탄생했죠”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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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의 음향 효과에는 다음과 같은 소리가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 케인 무기가 피를 흩뿌리는 소리는 라이엇 사내 샤워실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장로 드래곤 포효 소리의 일부는 육각형 철조망과 쓰레기통에 바이올린 활을 켰을 때 나는 소리로 만들었습니다.
  • 바드의 스킬 사운드(및 게임 내 상점 종소리)는 LA 차이나타운에서 구입한 소형 황동 종에서 나는 소리로 만들었습니다.
  • 가렌 궁극기의 경쾌하고 산뜻한 음색은 소리굽쇠와 핑거 심벌로 칼날이 넓은 검을 쳤을 때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녹음한 소리로 만들었습니다.
  • 아이번 사운드의 일부는 폴리 작업실에서 만든 “삐걱이”라는 장치에서 유래했습니다. 삐걱이는 경첩에 부착된 나무판자 두 개를 가로지르는 밧줄로 이루어진 장치입니다.

소리를 무엇으로 만들건 간에 또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건 간에 폴리 작업의 목표는 게임에서 사용할 소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음향 효과 조합하기

대부분의 경우에는 초기 폴리 작업 결과물을 가공하면 챔피언 사운드 팔레트의 나머지를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Riot Sound Bear 는 사운드 대부분은 고기가 분쇄되듯 여러 가공 과정과 효과를 거치기 때문에 결과물을 보면 원래 어떤 소리였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사운드 가공 방식은 챔피언마다 다르지만, 음색과 높낮이가 바뀌고 사운드 파일을 오디오 가공 플러그인과 신시사이저로 처리해 도플러 효과를 더하고 사운드를 변형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사운드 디자이너는 선택할 수 있는 기본 요소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일부가 될 사운드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ChefSpecial86 은 사운드 디자인은 여러 도구를 이용해 재료를 하나로 만들기 때문에 마치 요리와 같고, 늘 새로운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탄생하길 바라는 작업이라고 말합니다. 자야 기본 공격의 핵심 사운드는 새총으로 쏜 탄피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아래의 소리를 약간씩 담고 있기도 합니다.

드럼 브러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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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성이 있는 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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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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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월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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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을 통해 마법 같은 느낌을 주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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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총으로 쏜 탄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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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모두 결합한 자야의 기본 공격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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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은 음향 효과 플레이테스트와 마무리 작업입니다. Audio Ninja 는 “초기 플레이테스트에서는 꽤 넓은 부분에 신경을 써요. 이 챔피언 사운드가 다른 챔피언 사운드와 비슷한지 검토하죠”라고 말합니다. 챔피언이 140개가 넘고 스킨은 수백 개에 이르기 때문에 새로운 효과와 기존 효과를 분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Riot Sound Bear 는 “이 작업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일지도 몰라요. 검이나 총을 쓰는 챔피언 작업을 할 땐 더 그렇죠”라며 “어떻게 이 모든 챔피언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게 만들 수 있을지 고심해요”라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플레이테스트가 중요합니다. 더 많은 귀가 동원될수록 과도하게 비슷한 사운드를 발견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개발 막바지가 되면 플레이테스트의 초점이 음향 효과를 가다듬는 것으로 옮겨갑니다. 이 작업에는 음량 조절과 사운드 재생 시점 및 방식을 확정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Audio Ninja는 이 단계에서는 주로 게임플레이 명확성에 중점을 두고 게임에 불필요한 소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세부 조정은 사운드가 적용되는 스킬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궁극기와 같이 게임에 영향이 큰 스킬일 경우, 음향 비중이 커도 무방합니다. 예를 들어, 오른의 궁극기는 시전 시 사운드가 재생되고 챔피언에 적중할 때마다 금속성 타격음이 납니다. 이 스킬의 영향력이 크고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잘 인식될 수 있는 소리를 입힌 것입니다.

마지막 작업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개발 마지막 단계까지 챔피언의 음향 효과 작업을 계속합니다. 게임 내 챔피언 변경이 있으면 음향 효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애니메이터가 애니메이션 전개를 변경하거나 시각 효과 아티스트가 효과가 발동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게임 디자이너가 스킬의 타이밍을 바꾸면 사운드가 재생되어야 하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ChefSpecial86 은 “오디오는 여러 팀과 그 팀의 작업에 영향을 받지만, 그 말인즉슨 저희에게 챔피언의 모든 요소를 한 데 묶을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가 있다는 건데, 정말 멋진 일이죠”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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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인사이드] 리그 오브 레전드 멜로디 제작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