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챔피언의 역할군을 정하는 기준은 수없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매년 다양한 역할군을 플레이어 여러분께 선사한다는 목표에 따라 주로 결정을 내렸죠. 현재 어떤 챔피언이 게임플레이 및 시각적 업데이트를 대대적으로 거치고 있는지, 최근 어떤 챔피언이 출시됐는지 확인해 모든 역할군이 신규 챔피언이나 업데이트를 받도록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챔피언 수가 꽤 많아져서 신선하고 흥미로운 플레이 스타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할군 선정 방식도 약간 바꿔 ‘독특한 시너지를 내는 챔피언 둘’ 같이 신선하고 재미있는 기획을 먼저 정하고 가능할지 검증한 다음에 어떤 역할군에 가장 잘 맞는지 파악합니다. 파이크가 이런 식으로 탄생했죠. 다만, 기획부터 ‘서포터 암살자’였으므로 게임플레이 기획에 역할군이 은근히 담겨 있었다고 할 수 있겠군요.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역할군이 정해지는 챔피언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한 역할군이 있으면 예전처럼 역할군에 맞춰 챔피언을 만들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역할군에 신규 챔피언이 등장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추천 아이템은 챔피언을 처음 플레이하는 경우를 위한 기능입니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인 플레이스타일에 가장 맞는 아이템을 추천하죠. 즉, 정석을 벗어난 빌드는 추천 페이지에 표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챔피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순한 아이템, 즉 사용 효과가 없는 아이템을 주로 추천하죠.

추천 아이템을 선정할 땐 다양한 플레이어와 실력 수준에 맞춰 플레이테스트를 수없이 진행하고 플레이테스트 팀에서 신규 챔피언마다 우수한 전문가를 배치합니다. 이 전문가가 챔피언을 플레이하고 또 플레이하면서 적절한 아이템 조합을 찾고 챔피언 출시 시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때그때 다릅니다. 3주(집중해서 작업한 시간만 감안했을 때)면 되는 때도 있고 기본 일러스트나 전설급 스킨처럼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라면 몇 달이 걸릴 때도 있죠. 평균은 4주라고 보면 되지만 전부 그림을 그리는 데만 쓰는 건 아닙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대부분 외주 아티스트의 작업도 지도해야 하고(라이엇 내에는 아티스트가 10명뿐이어서 수요를 맞추려면 인력이 더 필요합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작업물에 직접 덧칠을 하거나 챔피언이나 스킨 제작 관련 회의도 참석해야 하니까요. 남들보다 작업이 빠른 사람도 있지만 대충 일러스트 하나를 완성하는 데 75~100시간이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는 챔피언을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할 때 최대한 그 챔피언의 강점과 약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합니다. 이걸 저희는 날카롭게 다듬는 과정이라고 하죠. 챔피언을 지나치게 강화해서 하향 조정이 필요한 경우, 아주 심한 게 아니라면 보통 약점이 더 날카롭게 돋보이도록 스킬 구성이나 기본 능력치를 하향 조정하는 편입니다. 이때 각 챔피언만의 독특한 요소를 건드려 전부 똑같이 만드는 일은 조심하려 하죠.

최근의 예로는 아트록스가 있습니다. 도입 후에 연계기를 일관되게 쓰기 힘들다는 평가와 의견을 받아 Q스킬의 적중 범위를 변경하는 등, 몇 가지를 상향 조정했었죠. 결국 과했던 걸로 결론이 났지만, Q스킬은 초반 라인전에 강한 아트록스의 핵심이므로 피해량을 줄이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전 변경을 취소했더라면 다시 일관성이 떨어졌을 테니까요. 그리고 기본 체력도 줄여 아트록스의 연계기를 요리조리 잘 피할 수 있는 기동성 좋은 챔피언이 아트록스를 상대하기 쉽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