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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인사이드] 참신한 악기와 새로운 악보

펜타킬 2집을 비롯한 새로운 악보를 공개하고 참신한 악기가 동원된 작곡 과정을 소개합니다.

글쓴이: Scherzo

안녕하세요. 라이엇 게임즈 뮤직팀의 Alex “Scherzo” Temple입니다. 오늘은 사상 두 번째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악보를 공개하고, 어떻게 이색적인 악기를 음악 제작에 활용했는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작곡가라면 악보를 만드는 건 늘 하는 일이지만 일상에서 찾은 물건을 악기로 쓰거나 기존 악기를 완전히 다른 식으로 연주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죠. 다행히도 같은 라이엇 사무실에는 사운드 디자이너가 있어서 서로 좋은 정보를 나누곤 합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도 못 했을 다양한 물건과 재료를 활용해 원재료 사운드를 녹음합니다. 수많은 작곡가와 음악가가 일상의 물건을 악기로 활용하고 있지만, 저희 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 사운드 디자이너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자주 볼 수 있다 보니 그 영향을 받아 남들보다 자주 독특한 음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운의 드럼

저희는 가상 악기에 미리 설정해 둔 사운드도 수백 가지가 있고, 또 LA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음악가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악기가 아닌 물건으로 음악을 만들거나 기존 악기를 정해진 방법과 다르게 연주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가끔은 기존 악기와 그 효과는 비슷하지만 소리는 다른 음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인물이나 시나리오를 묘사하는 폭넓고 극적인 음악이 있는가 하면 악기의 짜임새나 화음, 멜로디를 더 고도로 활용해 특정 인물이나 집단, 시나리오를 대변하고 룬테라에 존재할 법한 사운드도 제작하였습니다. 어떤 지역을 상징하는 악기를 찾아야 할 땐, 먼저 큰 컨셉부터 정합니다. 가령 “이 곡에는 평범한 오케스트라 악기를 쓰지 않아야 한다. 그럼 이 룬테라 지역에서는 000(악기 이름)가 어떤 소리를 낼까?” 같은 식입니다.

에코의 챔피언 티저에 썼던 드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작업을 시작할 때 ‘자운의 드럼은 어떤 소리가 날까? 아니면 자운에는 드럼 대신 어떤 게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음악을 좋아하는 자운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재능이 넘치지만 정말 좋은 악기는 못 가졌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고물을 가지고 악기를 만들거나 아무 물건이나 악기로 써서 음악적 재능을 펼치지 않을까 상상해 봤습니다.

이 생각을 한 후 바로 길 건너 철물점에 갔습니다. 울림이 독특한 물건을 찾느라고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걸 죄다 두드리고 다녔으니 가게 직원이 절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을까 싶네요. 그렇게 75리터짜리 쓰레기통과 구리선 한 묶음, 용수철 몇 개, 타이어 렌치, 옷걸이 등, 드럼을 만들 재료를 사 왔습니다. 쓰레기통 옆면에 구멍을 몇 개 뚫고 구리선을 통과시킨 다음에 달가닥거리는 손잡이를 없애고 나니 퉁기고 켜거나 두드려서 독특한 반음을 낼 수 있는 악기가 완성되었습니다.

와이어 쓰레기통 악기

이후 이 악기를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연주해 녹음했고 녹음한 결과물을 개별 사운드로 나눈 다음 마스터 키보드에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쓰레기통은 가상 악기가 되어 라이엇의 상업 샘플 라이브러리 음원과 함께 에코 프로젝트에 활용됐죠.

그러면 ‘찰나의 틈새’에서 따온 부분을 들어보겠습니다. 쓰레기통 악기로 연주한 타악 패턴을 들을 수 있습니다. 듣기 쉽게 이 악기의 볼륨만 높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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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같은 부분에서 쓰레기통 악기 연주만 따로 분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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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쓰레기통 악기는 저희가 드럼에서 원했던 강렬한 느낌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 악기와 드럼 샘플 라이브러리를 조합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곡에서 저희가 만든 악기의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숲의 친구

어렴풋이 알 것 같은 사운드를 흔히 들리는 상황과는 다른 데서 쓰고 싶을 때도 독특한 사운드를 찾아 나서곤 합니다.

예를 들면 앰비언트 패드가 있습니다. 앰비언트 패드는 고조와 소실이 느리게 진행되는 긴 음조를 표현해 음이 시작되고 끝맺는 부분을 확실히 나타내지 않고 서서히 들어가고 나가는 느낌을 주죠. 리듬이 확실하지 않아 음악적인 정보는 주되 멜로디는 필요 없는 무드를 만들 때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화음을 보조하거나 유기적인 배경음이 필요할 때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번의 챔피언 티저용으로 제작한 앰비언트 패드를 한 번 살펴보죠. 평화롭고 숲 느낌이 나지만 인공적인 느낌은 덜한 사운드를 목표로 했었습니다. 신시사이저 패드 음이 너무 깔끔한 게 흠이었습니다. 음악적 효과는 같으면서도 현실 세계에서 딴 음처럼 덜 깔끔하고 덜 일관된 음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같은 팀의 작곡가 한 명이 인도네시아에 갔다 온 친구에게 기념품으로 받은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 앙클룽을 갖고 있었습니다. 앙클룽은 속이 빈 대나무 관을 나무 틀에 매달아 만든 악기로, 한 손으론 틀을 잡고 다른 손으론 대나무 관을 살짝 흔들어 연주합니다.

앙클룽

앙클룽이 가진 나무 특유의 음색이 마음에 들었고 아이번의 테마에도 잘 맞는 것 같았지만, 연주 실력이 좋지 않으면 엉뚱한 관이 흔들려 부딪히는 소리도 섞인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관마다 여러 번 녹음한 걸 겹치고 일부 오디오를 길게 늘여서 강한 잔향을 적용하니 원음에 있던 부딪히는 소리는 사라지고 더욱 은은하고 아른아른한 효과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원했던 사운드를 거의 보존하면서 활용도 높은 패드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프로세싱을 거친 앙클룽 사운드가 담긴 부분입니다. 에코 티저와 마찬가지로 듣기 쉽게 앙클룽의 사운드만 볼륨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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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프로세싱을 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앙클룽 음원만 담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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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상업적인 가상 앙클룽으로는 이런 효과를 낼 수 없었을 겁니다. 가상 악기라면 녹음은 깔끔하게 되어있겠지만 연주가 너무 정확하게 돼서 제가 원하던 효과는 내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렇게 이색 악기로 작업하게 되면 아주 실험적인 사운드부터 아주 흔한 사운드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얻게 됩니다. 가끔 아주 실험적인 사운드는 동떨어진 느낌을 줍니다. 듣는 사람이 원하는 친숙한 요소가 없거나 음 자체가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일반적인 악기로 먼저 음악을 만들고 마지막에 독특한 악기로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보다 표현하려는 대상만의 독특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실험적이다 싶을 땐 에코 티저에서 드럼 사운드를 더한 것처럼 익숙한 요소를 약간 섞어주면 실험적인 악기도 음악에 섞여 독특한 매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

그럼 이제부터는 악보를 살펴보겠습니다. Ed the Conqueror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첫 악보 공개 때 설명했듯이 이 악보는 실제 녹음 세션에 사용된 원 악보이므로 약어나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최종본에는 빠지거나 변경된 부분도 있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룰루와 샤코

룰루와 샤코

녹음이 아주 재미있었던 곡이었습니다. 관악기와 현악기를 같이 녹음하고 같은 날 나중에 금관악기를 따로 녹음했습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녹음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미리 탬포 맵을 만들어서 연주자가 박자 소리에 맞춰 연주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따로 녹음한 연주를 합쳐도 딱 맞아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방법을 쓰지 않았습니다. 템포 맵 없이 있는 그대로 관현악을 녹음했습니다. 음악의 성격에 맞게 연주자와 지휘자가 템포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첫 세션 때 그 결과물이 꽤 훌륭해서 누군가 반 농담으로 금관악 세션도 템포 맵 없이 그냥 녹음하자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룰루와 샤코를 생각하면 딱 맞는 방식이었겠지만 마음대로 연주한 녹음본을 두 개나 엮고 편집해야 하는 불쌍한 영혼을 생각해 거기서 그쳤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비유해 보자면 두 인물이 벌이는 검투를 배경이나 상대의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고 각자 따로 그려 놓고 나중에 합쳤을 때 감쪽같이 들어맞길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다수의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했고, 또 세션 사이의 짧은 쉬는 시간에 급하게 첫 세션 녹음의 템포 맵을 직접 만든 덕분에 금관악 연주자들은 무사히 관현악 녹음본에 맞춰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

-Scherzo

원소술사 럭스

원소술사 럭스

창작의 세계에서 ‘변신’이라는 소재만큼 사랑받는 것도 없을 겁니다. 이걸 리그 오브 레전드 스킨에 적용한다니 정말 기뻤습니다. 원소술사 럭스용 작곡의 경우에는 친숙한 테마 요소를 활용해 세 가지 형태(빛, 불, 물)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는 설정을 표현해야 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워너 브라더스의 Eastwood Scoring Stage에서 현악과 합창을 따로 녹음했었습니다. 되돌아보니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을 쏟아 넣은 작품이었네요.

합창 부분은 알토 여섯, 소프라노 여섯, 총 열두 명의 성악가가 참여했습니다. 겨우 열두 명으로 이렇게 엄청난 사운드가 탄생했다는 것이 놀랍죠.

그리고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배경으로 넣을 신시사이저 사운드 작업도 즐거웠습니다. 현악과 금관악, 합창을 제거해 보면 80년대풍 사운드가 숨어있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것도 들려드리면 좋겠네요.

-Ed the Conqueror

야스오 vs. 리븐

야스오 vs. 리븐

담당 팀과 이야기해보고 초기 일러스트를 본 후, 전설의 대결 VS.에 쓸 곡의 목표를 두 가지로 정했습니다. 첫 번째, 이 두 무시무시한 전사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순간, 폭풍 전야의 느낌을 살릴 것. 두 번째, 간단한 모티프 하나를 두 챔피언에 똑같이 활용해 곡이 전개되면서 발전하게 하지만 서로 다른 악기로 연주할 것.

야스오는 로그인 화면 음악처럼 일본 전통 관악기인 샤쿠하치로 표현했습니다. 뮤직팀과 여러 시도를 해보다가 작은 악절 끝부분에서 왜곡된 잔향을 넣었더니 어둡고 뒤틀린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어둠의 인도자 야스오에 딱 맞는 느낌이었죠. 빛의 인도자 리븐은 어쿠스틱 첼로의 따뜻함과 강인함으로 표현했습니다. 절제하는 듯이 시작해서 점점 자제력을 잃고 정열적으로 변하도록 연주했습니다.

곡의 첫 부분에서 들리는 짧은 모티프(G, A, 그리고 D로 떨어지는 모티프)는 처음에는 리븐과 야스오의 악기로 같이 연주하다가 서로 연주하는 음, 그리고 각 섹션이 어우러지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점점 곡이 전개되면서 악절을 주고받다가 끝내는 하나가 되죠.

이 곡은 각 악기를 담당한 연주자의 환상적인 연주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샤쿠하치를 연주한 Rachel과 첼로를 연주한 Jeness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Talondor

펜타킬 II: 필멸자의 운명

펜타킬 II: 필멸자의 운명

제가 오케스트라 편곡을 하러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이 곡은 이미 거의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탈에 오케스트라를 더할 때의 어려움을 깨닫게 되었죠. 오케스트라를 너무 과하게 넣으면 기타 소리를 덮어서 기타가 주는 효과가 사라지고 너무 적게 넣으면 오케스트라만의 효과가 미미해서 중간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믹싱 작업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편곡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제작한 버전은 대체로 오케스트라가 과해서 사실상 곡 전체를 오케스트라가 주도하다가 가끔 호화롭게 메탈과 조화가 이뤄지는 쪽이었습니다. 그 자체는 괜찮았지만 오케스트라가 없는 원본의 거친 느낌은 거의 사라진 게 흠이었죠. 그래서 오케스트라는 중요한 순간이나 절정에만 넣었더니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이 곡에는 원래 현악과 금관악, 성악이 두루 쓰이지만 실제로는 현악을 녹음할 시간밖에 없었습니다. 몰락한 왕의 검 녹음 세션을 더불어 쓰고 있었는데 몰락한 왕의 검에서 금관악과 성악 시간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죠.

-Scher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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