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사냥꾼과 사냥감만 존재하는 곳으로 전락했지만 카이사는 살아 남았습니다. 공허의 가장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도 자줏빛 공허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타락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켜냈습니다. 그러나 악몽에나 나올 듯한 괴물을 수 없이 물리치며 살아남은 카이사에게도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은 여전히 힘겹습니다.
공허의 딸 카이사는 공생 관계에 있는 두 번째 피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래는 기생충이었으나 지금은 생체 갑옷 역할을 하는 두 번째 피부는 먹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카이사를 삼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카이사는 끝없는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관찰을 통해 효과적으로 먹이를 주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캐릭터와 챔피언 두 가지 측면에서 카이사는 약한 사냥감인 동시에 치명적인 사냥꾼이라는 독특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Jeevun “Riot Jag” Sidhu 는 “카이사를 실제로 선보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원거리 딜러 암살자라니 엄두가 안 났죠. 누가 ‘그만둬’라고 말해줬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공격적인 원거리 딜러로서 적의 코앞에 뛰어들어 근거리에서 싸움을 벌이는 챔피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적절한 때에 강제로 싸움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특징으로 하려 했죠. 게임플레이 기획 용어로 말씀드리자면 ‘플레이어 여러분에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챔피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카이사에게는 단순히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마음대로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스킬이 필요했습니다. Riot Jag는 좋은 원거리 딜러의 전형적인 특징은 공격할 대상을 지능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인 원거리 딜러는 안전한 거리에서 대상을 택한 후, 먼 거리에서 적을 공격합니다. 전투가 한창인 전장에서 열심히 거리를 유지하며 적을 공격하던 원거리 딜러는 잠시 잊으시길 바랍니다. 카이사는 보통의 원거리 딜러와는 조금 다르니까요.
카이사는 궁극기를 활용해 팀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 어디로든 이동한 후, 다른 원거리 딜러들이 꿈도 꾸지 못한 플레이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아군 마오카이가 뒤틀린 전진으로 적진 후방을 파고들었다면 카이사는 즉시 같이 적진으로 뛰어들어가 운 나쁘게 발이 묶인 적을 처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이동 능력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Riot Jag 는 “카이사에게는 군중 제어기가 전혀 없습니다. 이런 챔피언이 나온 건 무려 5년 만이죠. 적에게 피해를 주는 데 특화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전투에 뛰어들 순 있지만 전투에서 빠져나오는 능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원거리 딜러 암살자”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상당히 퇴색했습니다. 카이사는 무지막지한 힘과 폭딜로 적을 때려눕히기 보다는 민첩함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상대보다 한 수 앞서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 챔피언인 것이죠.
공허의 색다른 연출
다음에 출시될 원거리 딜러가 공격에만 치중하는 챔피언이 될 거라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공허 출신 챔피언이 될 거라는 건 결정된 바가 없었습니다.
Willem “Riot Tokkelossie” van der Schyf 는 “한동안은 생명의 정수를 빨아들이는 자운 출신의 챔피언을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챔피언은 모든 측면에서 사냥꾼 느낌이 매우 강해서 실제로 사냥꾼인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 괜찮아 보였죠. 계속 생각해 봐도 사냥꾼의 동물적인 본능을 설명하려면 이 챔피언을 공허 출신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카이사가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개발팀은 카이사가 착용한 생물 수트 재질과 같은 재질로 만든 공허 소총을 포함해 손에서 자라나는 무기 등을 검토해보았지만, 커다란 무기는 카이사의 민첩한 움직임이나 대칭적인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소총은 원거리 딜러에게 이미 익숙한 무기이기도 했습니다.
Riot Tokkelossie 는 “카이사에게 총을 쥐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라면서 “여타 원거리 딜러와는 다른 무기를 시험해 볼 기회였기 때문이죠”라고 말합니다. 결국 개발팀은 공허에서 생성된 수정으로 만들어진 무기를 택했습니다. 카이사의 하체를 감싼 껍질로부터 흘러들어온 에너지에 의해 형성된 무기입니다.
개발팀은 카이사가 지닌 ‘공허의 느낌’의 정도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자 했습니다.
Michael “CoolRadius” McCarthy는 “저희는 카이사가 괴물이 아닌 인간 형상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공허에서 태어난 괴물이지만 공허에 의해 신체와 정신이 타락한 인간은 이미 선보인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공허에서 생존한 인물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카이사 캐릭터 설계의 핵심은 인간의 눈으로 본 공허를 생존자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버림받은 후 생존을 위해 싸워야만 했던 트라우마도 핵심 요소가 되었죠.
CoolRadius는 “생존자의 심리와 극심한 트라우마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적잖이 조사했습니다. 트라우마는 사람을 빈껍데기로 만들어버릴 수 있죠. 하지만 트라우마를 이겨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놓아버리지 않았습니다. 뭔가 붙들고 있었던 거죠”라고 말합니다.
과거 희생자였던 카이사는 공허에 의해 망가질 뻔했지만 인간성을 전부 놓아버리지 않은 덕에 힘겹게 저항하며 적응해갈 수 있었습니다. 힘겨운 싸움을 힘의 원천으로 삼아 위험한 생명체를 보호구로 활용하고 자신의 모든 부분을 받아들이며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카이사는 괴물을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은 것이죠.
Riot Tokkelossie는 “카이사가 영구적으로 공허 수트와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다면 정체성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수트의 힘을 100% 활용하거나, 자신의 일부인 수트의 힘을 억제하는 것을 카이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주색 음향 효과
이러한 카이사의 선택은 카이사의 헬멧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DJ 소나의 조작 가능한 음악을 구현한 기술로 만든 카이사의 헬멧은 카이사가 돌진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원하는 대로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헬멧을 쓰면 사냥꾼 본능이 깨어나는 것입니다.
헬멧을 썼을 때 / 헬멧을 벗었을 때 (북미 음성)
Brandon “Riot Sound Bear” Reader는 마치 카이사의 피부 속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설명합니다. 피부가 살아있는 공허 생명체이기 때문에 헬멧을 썼을 때 카이사의 목소리는 공허 느낌이 훨씬 더 강해 공허 출신의 다른 챔피언과 음색이 비슷합니다.
Riot Sound Bear는 “카이사의 소리는 모나지 않은 자주색 느낌이 납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카이사의 음향은 어둡고, 깊으며 저음이 돋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핑크색 소리는 중간 음역이 훨씬 더 두드러지는 소리일 것입니다.
Riot Sound Bear 는 “레이저 같으면서도 끈적거리는 느낌입니다. 날카롭거나 정적과 같은 소리의 느낌은 아니죠. 후두음 느낌이 강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같은 지역 출신의 챔피언에 대해 유사한 소리를 사용하면 테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면서 리믹스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Riot Sound Bear는 귀환 시 벨코즈의 눈이 움직이는 소리를 변형해 카이사의 전반적인 움직임에 적용했다고 설명합니다.
카이사의 움직임에 적용된 벨코즈의 눈 움직임 소리
공허의 소리를 카이사의 독특한 버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실험과 검증이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도 있었죠.
Riot Sound Bear는 “어느 순간 우연히 새끼손가락으로 낮은 음역 키를 눌렀는데 플러그인을 실행시켰더니 꽤나 멋들어지게 저음이 증가했습니다. 그 소리를 카이사 기본 지속 효과의 다섯 번째 타격음으로 사용했죠”라고 말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얻게 된 기본 지속 효과 발동음
위에 말씀드린 소리를 모두 합쳐 공허의 사냥꾼과 그 내면에 있는 인간을 소리로 그려냈습니다.
Riot Sound Bear는 “플레이어 여러분에게도 ‘난 공허에 대항해 싸우고 있고, 나름 무기도 있지. 이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플레이어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