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악은 사랑입니다.
진심을 담아,
라이엇 게임즈 드림
저희는 음악을 정말 사랑합니다. 게임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음악 제작에만 몰두했겠죠. 라이엇은 지금까지 메탈 앨범 2장, 월드 챔피언십 주제가 6곡, 수많은 챔피언 테마, 케이팝 히트곡과 더불어 힙합, 트랩, EDM을 혼합하고 강력한 비트가 돋보이는 노래까지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K/DA와 True Damage의 음악을 게임 속 음향 효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온갖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실제 음악을 기반으로 스킨 시리즈를 제작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을 예상해야 할지도 몰랐죠.
하지만 이러한 내용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음향 효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빠르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향 효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사운드 디자인은 물 흐르듯 부드러워야 합니다. 음향 효과를 통해 스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강력한 스킬과 공격은 그렇게 들려야 합니다. 기절 효과에 걸리면 꼼짝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음향 효과는 게임플레이에 방해가 되지 말아야 하죠.
다음 상황을 상상해볼까요?
주력 챔피언을 위해 멋진 스킨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깔끔한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이제 팀 전투를 해야겠죠. 환상적인 스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팀원의 적 사라짐 핑과 상대 팀의 빠른 항복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감탄은커녕 새로운 스킨이 너무 시끄러워서 다들 고막이 터질 지경이라고 하네요. 이런.
사운드 디자이너로서 절대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상황이죠. 음향 효과에서는 선명함과 균형이 생명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노래’라는 틀 안에서도 이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게임에서 가장 ‘현실적인’ 음향 효과 만들기
개발 당시 K/DA는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 디자이너 줄리안 “Riot Zimberfly” 사말은 K/DA가 실체를 갖추기 전부터 K/DA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케이팝의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의 연구(케이팝 무한 감상이라고 읽습니다) 끝에 줄리안은 K/DA의 음향 팔레트를 위해 ‘POP/STARS’의 초기 버전과 어울리는 단어를 추려봤습니다. 세련미. 화려함. 현란함.
줄리안은 “결과에서 진정성이 묻어나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POP/STARS’를 작곡한 세바스티앵 나잔드 님은 노래에 엄청난 열정을 쏟아부었어요. 케이팝에 바치는 연애편지 같은 노래였기 때문에 게임 속 음향 효과에도 이를 반영하고자 했죠”라고 말합니다.
또한 음향 효과는 초기 스킨 컨셉에도 들어맞아야 했습니다. 너무 달콤하거나 발랄하지 않고, 너무 거세지도 않고, 일렉트로닉 느낌이 과도하지도 않아야 했죠.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죽처럼, 딱 적당한 수준이 필요했습니다.
줄리안은 “제작 과정이 진행될수록 개인적으로 배우는 게 많았고 노래는 점점 진화하면서 완성되어갔어요. 도중에 주요 부분이 수정되기도 했죠. 특히 아리와 이블린은 제일 먼저 작업했기 때문에 다시 손보는 일이 많았어요. 카이사의 음향 효과를 시작할 때가 되니 제 음향 팔레트가 풍부해지기는 했지만, 바뀐 점 역시 많아져서 카이사와 아리의 테마가 눈에 띌 정도로 달랐습니다. 그래서 네 챔피언 모두의 디자인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별도로 필요했죠”라고 설명합니다.
- 초기 K/DA 아리 E – 매혹 음향 효과
- 최종 K/DA 아리 E – 매혹 음향 효과
- 초기 K/DA 아리 기본 지속 효과 – 바스타야의 은총 음향 효과 (이후 아칼리의 W – 황혼의 장막에 사용되었죠)
- 최종 K/DA 아리 바스타야의 은총 음향 효과
음향 효과 작업을 하다 보면 처음 만든 버전이 제일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지만, 그 버전이 최선의 결과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줄리안은 “작업할 때 음향 효과를 단절된 요소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에서는 맥락과 해당 챔피언의 플레이스타일이 가장 중요하죠. 카이사의 플레이스타일은 암살자에 가깝죠. 적진으로 파고들어 단번에 모든 걸 쏟아붓습니다. 즉, 자칫하면 음향 효과가 소음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라고 말합니다.
카이사 음향 효과의 초안들은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따로 놓고 들었을 때만 그랬습니다. 카이사 주력 플레이어들이 스킨을 활용하는 모습을 지켜본 줄리안은 초안을 만들 때 챔피언의 플레이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죠. 적에게 W – 공허추적자를 적중시킨 후 R – 사냥본능으로 후방에 뛰어들어 공허 미사일 세례를 퍼붓는 플레이스타일은 끝을 모르는 화음과 선율의 폭우로 상대의 귀를 강타했고, 순식간에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몇 차례의 피드백과 조정 과정을 거친 후에서야 카이사를 위한 산뜻한 음향 효과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화려하고 현란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웅장한 타악기의 향연으로 상대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죠.
- 기본 카이사 스킬 음향 효과 일체
- K/DA 카이사 스킬 음향 효과 일체
그 후 True Damage를 위한 작업을 할 때는 K/DA에서 배운 점을 십분 활용해 실수를 모두 피해가고 순탄 대로를 달렸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죠?
다시 하기
사운드 디자이너 제이본 “Riot Jirsan” 라이머는 “저희가 작업을 시작할 때는 ‘GIANTS’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미완성 비행기로 일단 이륙한 후 공중에서 완성하는 셈이었죠. K/DA와 너무 비슷하지 않도록 하면서 원하는 컨셉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왔어요. 있는 거라고는 ‘GIANTS’의 개략적인 초안뿐이었는데요. 보컬 라인도 없는 곡이었습니다. 그래도 노래를 참고해 일단 작업을 시작했죠”라고 말합니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팀에서 True Damage의 세부 장르와 전체적인 느낌을 정한 후 멤버들이 즐겨 들을 법한 노래가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해주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플레이리스트 덕분에 방향을 파악하고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초기 컨셉 아트와 이후 공유된 노래의 초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제이본은 “야스오의 음향 효과를 끝낸 후 보니까 에코는 코믹 느낌으로 멋있게 디자인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그 컨셉에 맞도록 야스오를 수정해야 했습니다. 수정 전 야스오의 음향 효과는 기본 스킨의 영향을 받아 가느다랗고 바람 같은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에코를 보고 나니 야스오에게 True Damage 느낌을 더해야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코의 디자인이 나머지 챔피언의 시각적, 음향적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라고 말합니다.
- 초기 True Damage 야스오 W – 바람 장막
- 최종 True Damage 야스오 W – 바람 장막
전체적인 일관성은 모든 스킨 시리즈에서 중요하지만, True Damage의 경우 하나의 그룹이다 보니 통일된 모습이 특히 중요합니다. (K/DA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K/DA를 만들 때처럼 노래와 스킨 시리즈, 챔피언의 기본 테마 사이 균형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True Damage의 테마에서 멀어지지 않으면서 키아나의 음향 효과에 적용할 수 있는 소리와 필터는 얼마나 많았을까요? 원소별로 4가지의 최종 버전이 나올 정도니 꽤 많았다고 볼 수 있겠죠.
키아나 야생의 힘
- 초기 True Damage 키아나 수풀 원소 W – 대지창조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수풀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1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수풀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2)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수풀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3)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수풀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4)
키아나 얼음의 힘
- 초기 True Damage 키아나 얼음 원소 W – 대지창조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얼음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1)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얼음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2)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얼음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3)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얼음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4)
키아나 바위의 힘
- 초기 True Damage 키아나 바위 원소 W – 대지창조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바위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1)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바위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2)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바위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3)
- 최종 True Damage 키아나 바위 원소 W – 대지창조 (버전 4)
키아나의 원소 3개 모두에 대해 적절한 균형을 찾은 뒤에는 궁극기에 완전히 집중했습니다. 이때 목표는 ‘고막 파열을 일으킬 정도로 압도적인 궁극기 음향 효과’ 딱 하나였죠. (당연히 좋은 의미에서의 고막 파열입니다!)
다른 스킨에서는 노래의 과도한 삽입을 피하고자 했습니다. 아칼리의 장막이나 키아나의 은신 영역, 세나의 안개, 이블린의 위장 효과 등 특정 게임플레이 순간은 음악적인 순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 같은 경우 짤막한 노래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나 챔피언의 가장 신나는 게임플레이 순간을 위한 전주곡으로 활용할 수 있겠죠.
에코는 은신 능력이 없지만, True Damage의 리더가 다른 멤버에게 뒤떨어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이본은 “에코의 스킨에는 DJ 소나와 비슷한 음악 재생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GIANTS’가 많이 나오는데요. 에코의 스킬을 사용하며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합니다.
음향 효과는 True Damage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동시에 계속 흘러나오는 음악과도 잘 어울려야만 했죠. 제이본은 가장 에코스러운 방법으로 스킬과 음악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완벽한 화음을 찾아서
저희는 플레이어 여러분께서 케이팝 슈퍼스타가 되셨을 때나, ‘고정 피해’를 입히실 때나, 상대를 능가하는 천재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를 바랐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플레이어 10명의 ‘연주’로 완성되는 소리의 교향곡입니다. 그러므로 사운드 디자이너는 한 악기가 나머지 악기를 압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죠. 음향 효과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케시아 폭우로 더블 킬을 올리거나 True Damage 에코로 펜타 킬을 기록했을 때 월드 챔피언십 결승 관중의 우렁찬 환호성이 들리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드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점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들리면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