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의 최신 게임 모드인 과충전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프로젝트 시리즈의 세계관을 게임 속에 담아보았습니다. 프로젝트 시리즈의 테마를 플레이어가 직접 느껴볼 수 있으면서 우리가 잘 아는 그 화려한 프로젝트 세계관에서 벗어나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과충전 모드에서는 프로젝트 세계의 가장 은밀한 곳을 배경으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 방식과 맵 스타일을 개척해 보았습니다.
게임플레이 기획 – Kevin “Beluga Whale” Huang
사이버네틱 기술로 챔피언의 정확도를 100%에 가까이 강화할 수 있고 끝없는 증강으로 챔피언을 완벽한 병기로 만들 수 있는 등, 프로젝트의 세계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넘쳐납니다. 이번에는 게임플레이 기획 방식을 바꾸기로 했고 초기 모델 작업을 빠르게 진행해 폭넓게 실험해 보았죠. 처음 몇 주 동안 여러 다양한 모드를 재빨리 테스트했고 결국엔 어둠 속의 지하 세계를 탐험한다는 버전에 매료됐습니다.
그렇게 이 테마에 맞는 게임 모드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기본 스토리를 들었을 때 미친 듯이 뒤를 돌아보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달려가다가 급하게 모퉁이 뒤로 숨고 목표물을 몰래 살펴보면서 덮칠 타이밍을 노리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 여러분이 적을 아슬아슬하게 물리치면서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듯한 액션을 맛보실 수 있는 모드를 목표로 했죠.
이렇듯 목표는 정했지만 문제는 그 긴장감을 어떻게 전달하는가 였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진짜로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만들자는 거였죠. 이것만 해도 기존의 맵 지형과는 아주 딴판입니다. 막다른 길과 시야가 막힌 모퉁이가 있는 맵에서 PvP 데스매치를 펼친다는 점에서 이미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죠. 강력한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보지 못한 독특한 맵 레이아웃을 정했으니 이에 맞는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구역 확보형 게임이나 팩맨, 레이싱, 공격/방어형 게임 등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죠. 각자 맵과 테마상에서 부각되는 부분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플레이 테스트를 하면서 장시간 쫓고 쫓기고 숨는 게임을 할 때 재미가 가장 크단 걸 확인했죠. 이 모드의 기본 스토리를 생각해 보면 놀라울 것 없는 결과였습니다.
동시에 모드를 처음 테스트할 때 쓴 프로젝트 챔피언 군이 크게 치우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반은 원거리 딜러(애쉬, 루시안, 진, 베인)이고 나머지 반은 근거리에서 원거리 딜러를 잡는 데 특화된 챔피언(제드, 카타리나, 마스터 이, 에코, 야스오, 바이, 피오라)이었죠. 그리고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레오나가 있고요. 이렇게 되면 치열한 전투를 이끌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결과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가 될 겁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챔피언이 아니라 원거리 딜러로 조건을 바꿨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 쫓고 쫓기는 순간을 만들어 줄 요소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각 팀을 30초씩 번갈아 무적으로 만들었죠. 여기에 챔피언까지 원거리 딜러로 바꾸니 게임이 훨씬 공평해졌습니다. 게다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 유리한 적을 따돌리고 나면 내가 상대보다 뛰어나다는 희열을 느낄 수도 있죠.
그리고 맵의 레벨 디자인을 진행하며 벽이나 수풀, 길의 위치를 조절해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더하고 게임플레이 루프를 보강해 줄 맵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지형 설정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재빠르게 테스트해 보았고 기동성이 좋은 챔피언이 훨씬 유리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형평성을 생각해 이동 속도를 높여 줄 옵션도 맵에 추가했습니다.
게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시켜 줄 순간이동 패드도 더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맵 가장자리에선 갈 수 있는 길이 다른 곳보다 한두 군데 적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이걸 추가하고 나니 진처럼 발이 느린 챔피언도 시비르나 베인을 따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아트 – Brendon “Riot Vitzkrieg” Vitz 및 David “Sharkcromancer” Harrington
43 구역 작업은 두려움에 덜덜 떨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의 멋진 세계관에 플레이어들이 풍덩 빠져들 수 있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데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이런 공상과학 배경의 맵을 그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 일러스트는 저희 아트 팀의 첫 돌파구였습니다. 오버드라이브 영상에 나온 휘황찬란한 위쪽 세상과 사냥 영상의 우중충한 슬럼가 사이에 David이 플랫폼을 그려 넣어 프로젝트 도시의 양면을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었죠. 그런 다음 한꺼번에 맞췄을 때 문제없도록 분위기를 정해 놓고 아티스트가 각각 과충전 맵을 한 구역씩 맡아 그려 나갔습니다.
그러나 맵의 대략적인 모양새가 점점 완성되면서 맵을 봐서는 챔피언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건물이 있긴 했지만 너무 생소하게 생겨서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David이 인간 크기에 맞는 물체를 여럿 만들었습니다. 핸들이나 스크린이 달린 물건을 보면 크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이런 소품을 더하니 다양한 스토리가 생겨나고 개연성이 커졌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일상에서 어떤 물건이나 도구를 쓰는지 상상해 보는 즐거움이 있죠.
프로젝트 세상의 아주 내밀한 이 구역은 철저히 산업화된 분위기이고 그 위에 자리 잡은 화려한 첨단 도시보다 섬세함이 떨어집니다. 모든 물건에 자동 잠금과 도난 방지 기능이 있고 아주 튼튼한 자재를 써서 마음대로 손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전력 케이블과 키패드는 지하 도시의 습한 환경에서 녹슬지 않게 밀봉되어 있고 보강된 구조로 되어 있죠.
모두 하나로
모든 걸 제자리에 배치하고 어디에 주로 초점을 맞출지 대충 정해지자 Sharkcromancer가 연결 작업을 하면서 시각적인 스토리와 스케일 요소를 적절히 더해 배경을 한층 풍부하게 살렸습니다. 통과할 수 있는 지형이 확실히 드러나도록 플레이 공간과 플레이할 수 없는 공간의 균형을 맞췄고 구조물의 바닥을 비추는 작은 광원을 더해 그 거대한 크기를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거대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시각적 속임수를 수도 없이 썼고 그게 인간성의 상실과 산업화된 거대한 세상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말하는 테마와 아주 잘 맞아 떨어졌죠. 창문과 구조물이 끝없이 저 아래로 이어지는 모습이 그걸 잘 나타냅니다. 여러분이 이 맵에서 플레이할 때 그 스케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럼 과충전 모드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