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 코믹은 어떤 코믹일까요? 이 질문은 올해 저희가 스스로 수도 없이 던져온 질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마블, DC/버티고 등 이름난 코믹 제작사들은 현대 코믹의 지평을 확장해왔죠. 하지만 그마저도 전 세계에 존재하는 코믹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한국 등 다른 지역에서는 다른 형식의 코믹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바로 브라우저와 모바일 환경에서 즐기기 적합한 디지털 코믹이죠. 디지털 코믹은 전통적인 인쇄 방식의 코믹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그 오브 레전드 코믹을 만들 때 저희가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스토리와 스타일이 각 챔피언과 잘 어울리기만 한다면 저희는 기술 및 예술 측면에서 어떤 것이라도 시도해 볼 용의가 있었죠. 하지만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도 몇 가지 지니고 있었습니다.
- 더 일반적인 어조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 과거에 리그 오브 레전드 코믹은 일련의 스토리를 풀어나간다기보다는 챔피언 홍보 용도였습니다. 저희는 2주마다 새로운 코믹을 선보이고자 했고, 계속해서 그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했죠. 코믹은 야생의 마력 같은 CG 영상보다는 제작에 필요한 시간이 훨씬 짧으니까요.
-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전투 장면에만 치중하지 말 것. 이에 대해서는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코믹에도 해당되는 사항이죠. 일반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코믹 등장인물이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와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끝맺는 것이 더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챔피언과 그 챔피언이 속한 지역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그려내는 것이 저희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서사를 전개하고 룬테라의 세계를 계속해서 구축해나가는 방법이죠.
- 챔피언 간 교류를 그려낼 것. 여러분께서는 챔피언들이 게임 밖에서 관계를 맺고 룬테라의 세계가 더욱 밀접히 연관되길 바란다고 계속해서 말씀해주셨죠. 저희는 챔피언들이 서로를 만나 각자의 개성이 서로 충돌할 때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는 매체로는 코믹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의 지침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첫 번째 코믹 이 탄생했습니다. 실험작이기는 하지만 챔피언과 챔피언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만들었죠. 코믹 업계에서 “캐스팅”이라 칭하는 작업을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 스토리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라이엇 직원과 저희가 아끼는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를 한데 모았습니다. 여기서 “캐스팅”은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는 개념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의 스타일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도 특정 코믹 스타일(이번 경우에는 ‘특정 챔피언의 개성’이겠죠)에 적합한 작가와 아티스트를 찾는 작업이죠.
다리우스 — “녹서스의 피”
저희는 장대한 전투극을 소화할 수 있는 작가와 세련된 예술적 스타일을 지닌 아티스트가 짝이 되어 “녹서스의 피”를 작업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레이엄 맥닐 님은 라이엇 입사 전 ‘워해머’류의 작업에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오셨기 때문에 녹서스의 군인형 시민에 대한 코믹 작업을 맡을 적임자였고, 사나 타케다 님은 녹서스인들의 고된 삶을 담아낸 적나라하면서도 세련된 그림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녹서스의 피”에서는 녹서스와 코믹이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녹서스의 이상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다리우스, 드레이븐, 퀼레타라는 챔피언을 통해 녹서스라는 지역을 그려내고자 하는 시도도 이루어졌습니다.
나미 — “심연 속으로”
나미의 코믹을 통해 저희는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형식인 종스크롤 코믹을 시험해보고자 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는 훨씬 흔한 방식이지만, 핸드폰 및 브라우저 환경 중심으로 디자인된 디지털 코믹에 세계 각지의 플레이어 여러분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죠.
저희는 아티스트인 비비아나 메디로스 님께 작가인 라일라 하이드 님과 힘을 합해 웹툰 업계에서 터득한 전문 지식을 발휘해서 나미가 심해의 해구로 들어가 진주를 찾고 자신의 종족을 구하는 이야기인 “심연 속으로”를 작업해주시길 부탁했습니다. 화면을 계속 아래로 스크롤하는 방식은 독자의 움직임에 따라 나미가 코믹 내에서 해구로 하강하는 것과 일치하며, 또한 나미가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커지는 나미의 불안, 고립감, 내면적 성찰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직스 & 징크스 — “도시를 칠해버려!”
직스와 징크스는 언뜻 보면 평면적인 챔피언 같습니다. 뭐든 닥치는 대로 터뜨려버리는 것만 좋아하니까요. 저희는 “도시를 칠해버려!”를 통해 폭발이 공통의 관심사인 두 챔피언 사이의 우정과 플레이어 여러분께서 바라는 챔피언 간의 교류를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도시를 칠해버려!”는 코믹 역사상 가장 애용되는 소재 중 하나인 괴짜들이 만나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첫 코믹이기도 하죠.)
직스와 징크스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아주 먼 챔피언이기 때문에, 두 챔피언이 좌충우돌하며 겪는 엉뚱한 일들을 대화와 시각적 액션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작가와 아티스트를 물색했죠. 파비오 문 님과 데이브 스튜어트 님께서 지금까지의 코믹보다 더 만화 느낌이 강한 스타일로 작업을 해주셨고, 앤서니 버치 님께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물불 안 가리는 두 챔피언에게 어울리는 유머를 가미해주셨습니다.
미스 포츈 — “운명, 미소짓다”
마지막 코믹은 룬테라 관련 진행 중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불타는 파도” 이후 미스 포츈의 이야기를 그려보기로 했죠. 이 코믹은 마블에서 처음 선보인 기법을 활용해서 만들었습니다. 먼저 스토리를 쓰고 아티스트인 라몬 페레즈 님께서 스토리를 컷과 페이지로 나눈 후 다시 작가인 앤서니 버치 님께서 그림에 맞게 대화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죠.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운명, 미소짓다”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었습니다. 글자 크기도 크고 그림도 크죠. 그리고 핸드폰으로 보기에 더 적합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레이아웃으로 된 코믹을 볼 때는 가끔 글자를 읽거나 한 컷의 세부 사항을 보기 위해 화면을 축소하거나 확대해야 하지만 “운명, 미소짓다”를 볼 때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운명, 미소짓다”가 매우 비전통적인 데스크톱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 여러분께서 잘 적응할지, 아니면 혼란스러워할지 저희로서도 확실히 알 수 없었죠.
추가로 선보일 코믹도 기대해주세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코믹을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독자가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여러분처럼 거대하고 국제적인 규모라면 더욱 힘들죠. 그래서 코믹 팀의 목표는 아주 다양한 (하지만 완성도는 언제나 높은) 코믹을 선보여 리그 오브 레전드 코믹을 원하는 모든 분이 마음에 드는 코믹을 최소한 하나는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위 코믹을 만들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말씀해주시면 더 많을 것을 알 수 있겠죠. (그러니 꼭 댓글 남겨주세요!) 저희가 잘 하고 있는지, 코믹을 어떻게 접하고 있는지 (플랫폼/기기 유형), 어떻게 디지털 코믹을 매체로서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지 알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니까요.